장하성 "영어로 얘기하겠다"…트럼프 "오! 와튼 스쿨"

입력 2017-07-03 18:37  

한·미 정상회담 뒷얘기

미국측 "무역불균형 해결" 공세에 장 실장 위트로 분위기 바꿔
문 대통령 "FTA 영향 조사" 역제안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늘리겠다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로 압박하는 미국 정부를 달래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에 이어 열린 확대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에너지정책 전환을 천명했다”며 “좋은 조건만 갖추면 미국이 한국에 LNG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3일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할 뜻을 밝힌 것은 미국 측이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한(對韓)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자동차와 철강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함께 자리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측 정부 인사들도 돌아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구체화하고 반복하면서 한국 대표단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회담장 안은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위트가 빛을 발했다. 장 실장이 미국 측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농담을 던졌고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장 실장은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와튼스쿨을 나왔다. 두 사람은 와튼스쿨 동문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FTA 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아니면 FTA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인지 제대로 공부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양국 실무진으로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한·미 FTA가 양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하자”고 역제안했다.

장 실장은 “한국이 세관 통과를 하는데 미국만 특별히 차별 대우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내 독과점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방어했다. 장 실장은 전날 만찬에서 로스 장관이 제기한 철강과 자동차의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로스 장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2 대 1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보좌관은 “한·미 FTA 이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60%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도 19%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고 했다. 이어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중국 철강으로 인한 최대 피해국은 한국이며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에 대해 공동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거론된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450만 평에 달하는 평택기지는 가장 첨단적으로 건설되고 있고 이 소요비용 100억달러를 전액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역공에 나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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